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요한 21, 6
설악산에 백 명의 관광객이 오면 그 중에 열 명만이 흔들바위까지 올라가며, 흔들바위에 오는 열 명 중에 불과 한 명만이 울산바위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설악산에 백 명이 온다면 겨우 한 명만이 울산바위 정상까지 올라가고, 나머지는 주차장 부근에서 소주나 한잔 마시고는 “설악산 다녀왔다.”라고 자랑한답니다.
그러나 설악산 밑에 다녀온 것하고 울산바위 정상까지 다녀온 것하고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편한 길만을 원하며 너무 쉬운 길만을 찾고 있는데, 우리가 감동받기 위해선 수고도 하고 땀도 흘려야 합니다. 인생의 보다 멋진 모습을 바라보려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천주교 신자 백 명이 성당에 나온다면, 그 중에 열 명 정도만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혜에 관심이 있고, 그리고 그 열 명 중에 불과 한 사람만이 뜨거운 감동을 체험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아마 은혜가 뭔지도 모르면서 성당에 나오고 있을 것입니다.
왜 그런가? 믿는 이들도 너무 쉽게 믿으려 하고 또 너무 편하게 믿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은혜를 체험하기 위해선 고생도 하고 땀도 좀 흘려야 합니다. 깊은 감동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편한 것만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라는 주제로 은혜를 나누겠습니다. 요한 복음 21장 6절의 말씀인데 성경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티베리아스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일곱 명의 제자들은 밤새 한 마리도 잡지 못합니다. 이튿날 새벽에 예수님이 찾아오셔서 제자들에게 뭘 좀 잡았느냐고 물으셨을 때 제자들이 한 마리도 못 잡았다고 대답하자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래서 제자들이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졌더니, 많은 고기를 잡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고기를 잡는 비결입니다. 다시 말해 은혜를 얻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배 오른쪽이나 왼쪽이나, 사실은 거기가 거기며 거리상으로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은혜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거리가 멉니다.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인생의 왼쪽에다만 그물을 던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재물이 있고 거기에 웃음이 있으며 거기에 건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왼쪽에다만 그물을 던지면 평생 믿어도 은혜는 체험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참 보물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오른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 우리가 흔히 건네는 “복 받으세요!”라는 인사말에는 “돈 좀 벌거라!” “건강 하거라!” “웃으면서 살거라!”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그것들도 복은 복입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다 지나가는 복입니다. 바람이 불면 날아가고 비만 오면 떠내려가는 복입니다. 진짜 복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 “지혜”라는 보물은 재물이나 건강, 또는 웃음에서 찾기 힘들고 가난이나 눈물, 고통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청하지 않은 불청객이 올 때 화만 내지 말고 그 아픔을 잘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안에는 놀라운 선물이 있습니다.
어떤 학자가 세계사를 빛낸 천재나 위인들을 조사했더니 그들 중 대부분이 정신적, 또는 육체적인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공자나 맹자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고, 석가모니도 태어난 지 이레 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며, 예수님도 양부인 요셉이 일찍 죽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소크라테스는 부인이 유명한 악처였으며, <사기>를 쓴 사마천은 거세를 당해 남자 구실을 못했고, 링컨은 가난했으며, 세종대왕은 아주 병약했고, 이솝은 노예였으며, <실낙원>의 저자인 밀턴은 결국 시각 장애인이었습니다. 음악가 베토벤도 마찬가지입니다. (…) 만일 이들에게 어려운 환경이 주어지지 아니했다면, 그들은 결코 큰 인물이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도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들이 자녀를 키울 때 이걸 명심해야 합니다. 내 자식 귀엽다고 일도 안 시키고 너무 편하게 키우면 그들은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지 못합니다. 땀이나 고생, 그리고 기다림 속에 들어 있는 지혜의 보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 조선 시대 숙종 때, 김학성이라는 학자가 있었는데 관직으로는 이조 판서까지 된 분입니다. 그의 어머니는 일찍 과부가 되어 살림이 어려웠지만, 삯바느질을 하면서도 아들들은 좋은 선생에게 보내어 글공부를 시켰습니다.
하루는, 두 아들은 서당에 가고 어머니 혼자 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비가 왔습니다. 그때 처마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땅 밑에서 쇠 그릇이 울리는 소리와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호기심에 땅을 파 보았더니 땅속에는 큰 가마가 묻혀 있었고, 그 안에는 하얀 은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가난한 살림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하늘이 준 선물입니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큰돈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뻐하지 않고 도리어 남모르게 흙으로 다시 묻어 버렸습니다.
이튿날 어머니는 자기 오빠에게 부탁하여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 후 두 아들이 어렵게 장성하여 과거에 급제, 학문을 인정받기에 이르게 되자, 그제야 어머니는 아들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제사를 모셨습니다. 제삿날에 그 어머니가 오빠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편을 잃은 후 나는 이 두 아이를 기르지 못할까 봐 아침저녁으로 마음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의 학업도 성취되고 아버지의 뜻을 계승할 수도 있게 되었으니 나는 이제 세상을 떠나도 부끄럽지 않습니다.”라고 하면서 지난날, 자신의 앞마당에서 발견했던 은 가마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오빠가 “아니, 이 사람아 그 돈만 있으면 그렇게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는가?” 하면서 안타까워하자 김학성의 어머니는 말했습니다.
“수고도 하지 않고 큰돈을 얻으면 반드시 의외의 재앙이 찾아올 것입니다. 사람은 마땅히 고생해야 되는 것인데 어려서부터 편안하게 되면, 공부에 전력을 다하지 못하고 돈을 낭비하는 습관과 게으른 습성 때문에 쓸모 없는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돈을 버리는 것이 재앙을 버리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 그물을 돈 있는 곳으로만 던져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병들어 썩게 됩니다. 또 편하거나 웃는 곳으로만 그물을 던져서도 안 됩니다. 사람이 바보가 됩니다.
살다 보면 원하지 않는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하느님은 사랑 이시라는데 왜 불청객이 찾아오는가? 정답은,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도 던집시다. 눈물과 고통 속에는 하느님의 특별한 선물이 있습니다.
(…) 여러분은 그분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듣지 못한다면 신앙 생활의 윤기가 어디에서 흐르며, 가슴 두근거리는 기쁨이 어디에서 솟구치겠습니까? 대단히 불행한 것은, 많은 이들이 하느님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목소리도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불가 얘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어떤 절에서 큰 법회가 열렸는데 많은 불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때 한 사미니가, 사미니란 젊은 여자 수행자를 말합니다. 수백 명분의 국을 맛있게 끓인 뒤에 국 맛을 보기 위해 뚜껑을 열었을 때, 놀랍게도 생쥐 한 마리가 빠져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큰 낭패였습니다.
이때 그 사미니가 국 맛을 보는 척하며 쥐를 건져서는 자기가 몰래 먹어 버립니다. 그러자 돌로 만든 부처님의 손이 내려와서는 사미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마치 ‘이는 내가 사랑하는 딸, 내 마음에 드는 딸이다.’라는 표현 같습니다. 물론 불가에서 전해져 오는 얘기지만, 저는 그 얘기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왜 쥐를 먹은 것이 아름다운가요? 남모르는 아픔을 혼자 짊어졌기 때문입니다. 왜 쥐를 먹으면서도 당당합니까? 그 사미니는 부처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으로 친다면,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선호합니다. 아무도 맛없는 음식은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한 사람은 그 맛없는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이때 “주님, 주님의 뜻이라면 제가 먹겠습니다.” 하고 손을 들었을 때 “이는 내가 사랑하는 딸, 내 마음에 드는 딸이다.”라는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 아버지의 집은 아무나 차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나 차지할 수 있지만, 그러나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고 깨닫는 자만이 차지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느끼면 화내지 않고 불평하지 않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기쁘게 일합니다. 이런 사람이 아버지의 집을 차지합니다. 특히 칭찬받으려 하지 말고 겸손과 희생으로 오른쪽 바다에 그물을 던집시다.
사순 제 5주일 복음에는 ‘간음한 여자 이야기’가 나오는데 요한 복음 8장입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한 여인을 예수님께 끌고 와서 물었습니다. “스승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예수님을 시험하여 고소할 구실을 만들려고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십니다. 그들이 대답을 재촉하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러자 아무도 돌을 못 던지고 나이 든 사람부터 한 사람, 두 사람씩 돌을 버리고 빠져나갑니다. 나중에는 한 사람도 남지 않게 됩니다. 예수님이 여인에게 물으셨습니다.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
여자가 대답합니다.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이 장면에서도 예수님은 참 멋지신 분입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죽어 마땅한 여자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손가락 하나 못 대게 하시고는 떳떳하게 살려 주십니다.
(…) 하느님께선 여러분이 들고 있는 잘못된 돌멩이도 다 버리기를 원하십니다.
돌멩이는 그것이 아무리 정당한 것이라 해도 행복을 주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은혜니 축복이니 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따라서 들고 있는 돌멩이를 용기 있게 버려야 합니다. 그것 때문에 인생이 무겁고 세상이 피곤합니다.
(…) 지금까지 몇 가지 복음을 묵상했는데, 인생의 진정한 보물은 결코 화려한 것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초등학생 때 소풍을 가면 보물찾기 놀이를 했는데, 그때 보물이 어디에 감춰져 있는가? 반짝반짝 빛나는 금종이나 은종이로 화려하게 포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주 허술하게 보이는 나뭇잎이나 작은 돌멩이 밑에 어린이들을 기쁨으로 몰아넣는 보물이 숨겨져 있습니다. 인생의 보물도 마찬가집니다.
재물에다만 그물을 던져서는 안 됩니다. 건강이나 웃음이 있는 곳에만 그물을 던져서도 안 됩니다. 참 보물은 그 반대쪽에 있습니다.
그물을 오른쪽에도 던지십시오. 여러분은 비로소 참 보물을 거기서 얻을 것입니다.
묵상하겠습니다.
눈물 흘린다 해서 슬퍼만 해서는 안 되며, 상처를 받았다 해서 앙심을 품어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아픔 속에는 하느님의 놀라운 선물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사랑하십니다. 특히 인생의 오른쪽에 마련된 하느님의 선물을 바라보며 감사와 은혜로 걸어갑시다. 아멘.
나눔 활동
- “주님 제가 하겠습니다.” 라는 마음으로 힘든 일도 참고 한 적 혹은 참지 못한 적이 있었는지 나누어봅시다.
- 우리가 ‘돌멩이’를 쥐고 있었던 기억들을 떠올려봅시다. 언제, 왜 그랬나요?
- 고통 속에서 보물을 찾았던 적이 있으면 나누어봅시다.
- 우리가 그물을 오른쪽에 던지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금 내 삶에서 찾아봅시다.
출처 : 강길웅 신부의 은총 피정 - '사랑하는 만큼 기다리는 만큼'
https://www.yes24.com/product/goods/2112721
사랑하는 만큼 기다리는 만큼 | 강길웅 | 생활성서사 - 예스24
강길웅 신부의 피정 강론집. 요한 21장 6절, 마르 10장 51절, 시편 51장 5절 등과 설교 4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개정판.
www.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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