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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묵상글 좋은글 - 좁은 곳도 넓어질 수 있다

OHEL 2025. 2. 25.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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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에 사로잡힌 어느 수도승 이야기이다.

그는 수도원의 좁은 담장 안에서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석 달간의 휴가를 얻어 대도시로 나갔다.

세상 구경을 하고 돌아온 그를 호기심에 찬 형제들이 에워쌌다.

"뭘 보았습니까?"

형제들도 수도원의 엄격한 규칙을 깬 이 용기 있는 수도승과 똑같은 동경을 품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형제들은 그의 경험을 나누어 갖고 싶었다.

그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넓은 세상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수도승은 대답했다.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나에게 필요 없는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자신의 동경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세상 구경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충족된 그에게는 다른 것, 즉 고유하고 본질적인 것에 대한 동경이 활짝 열렸다.

 

간절히 원하는 한 가지 소망이 이루어지고 난 뒤에야, 우리는 그보다 더 심오한 동경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평생 다른 세계를 꿈꾸면서도, 그 방향으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다른 세계를 꿈꾸느라, 가진 에너지를 다 소진해 버린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일단 이 꿈을 이룰 필요가 있다. 

꿈을 이루고 나면, 그제서야 비로소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욕구가 일단 충족되고 난 후에야 비로소 그 만족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모든 욕망을 다 채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동경은 남는다.

 

앞의 이야기에 나오는 수도승은 이것을 경험했다. 

그는 세상을 보고 싶은 욕구를 채웠지만 본질적인 것에 이르고 싶은 동경은 충족되지 않았다. 

오히려 동경은 더 커졌고 그를 다시 비좁은 수도원으로 돌려보냈다.

넓은 세상이 넓은 마음을 만드는 것은 아님을 그는 알게 된 것이다.

동경을 통해서 마음이 넓어진다면, 좁은 수도원에서도 넓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출처 : <동경> 안셀름 그륀 지음, 분도출판사, 174-175p